사랑의 열병을 씨 뿌리다
금성은 태양으로부터 1억 820 만 km 지점에 있다. 수성 다음으로 태양에서 가까운 행성이다.
그 결과 금성은 지구에서 볼 때 태양으로부터 47도 이상 떨어진 적이 없다. 그래서 금성 또한 수성과 같이 저녁 무렵 태양의 동쪽에 있을 때 서쪽 하늘에서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곧 사라지는 '저녁별'이 되고 만다.
그리고 태양 궤도의 반대편, 즉 태양의 서쪽에 있을 때에는 해뜨기 전에 동쪽 하늘에 떠오르다가 얼마 안 있어 태양의 강한 빛에 의해 모습을 감추어 버린다. 이때 금성은 '새벽별'이 된다.
초저녁과 새벽에 잠깐 동안 선을 보이다 사라지는 금성은 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가슴에 그리움만 남긴다. 우주의 미인 금성은 그들의 가슴에 뜨거운 사랑의 열병을 씨 뿌린다.
금성은 태양보다는 지구에 더 가깝다. 지구와 금성이 가장 가까울 때의 거리는 약 4000만 km를 넘지 않는다. 달을 제외한 어떠한 큰 천체도 금성보다 지구에 가까이 접근하지 못한다.
금성은 지구에 가까이 있을 뿐 아니라 천체가 크기 때문에 더욱 밝게 보인다. 금성이 가장 밝을 때는 마이너스 4.22 등급이다. 태양과 달을 제외하고는 지구촌의 하늘에서 가장 밝은 미소를 짓는다.
금성의 공전 궤도는 거의 원형에 가깝다. 금성의 적도와 공전 궤도면이 이루는 각도는 약 3도로 거의 수직을 이룬다. 금성의 자전 주기는 미국의 물리학자 샤피로에 의해 정확히 밝혀졌다.
금성의 자전 주기는 243일이다. 공전 주기는 이보다 19일 더 짧은 224 일이다. 그래서 금성에서는 나이를 물을 때'몇 살이십니까' 하는 것이 아니라 '며칠이십니까' 하는 표현법을 써야 한다.
더욱이 금성은 '반대 방향'으로 자전하고 있다. 지구의 북극에서 볼 때 거의 모든 행성의 자전 방향은 일반적으로 시계 반대 방향인데 금성은 시계 방향으로 돌고 있다.
상상력이 풍부한 과학자들 가운데는 금성은 태양에 가깝지만 보호막 구실을 하는 구름이 있어 지구보다 넓은 바다가 있다고 주장한 사람도 있었다.
공상 과학 소설가들은 한술 더 떠 금성을 물이 넘치고 많은 생명체가 살고 있는 우주로 묘사하기도 했다.
금성은 한시도 자리를 비우지 않는 두꺼운 구름층으로 덮여 있어서 금성의 맨얼굴을 보는 일이란 하늘의 별을 따는 일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금성의 대기는 구름층을 경계로 상층 대기와 하층 대기로 나뉜다. 금성의 표정이 아주 밝은 이유는 대기 위층을 덮고 있는 진한 황산 구름층 덕택이다. 이 황산은 태양 빛을 잘 반사시킨다.
금성의 대기는 이산화탄소 97%, 질소 3% 로 이루어져 있다.
이산화탄소의 대기로 하늘이 덮여 있는 금성 지표면은 90 기압의 압력과 섭씨 470도가 넘는 용광로이다. 금성은 여기에 밤낮의 기온차조차 없어 항상 불덩어리이다.
금성 지표면의 온도가 높은 이유는 온실 효과 탓이다. 즉 금성 대기의 이산화탄소와 수증기가 적외선 통과를 막아 버려 태양열이 도저히 밖으로 뛰쳐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천문학자들은 금성도 지구와 마찬가지로 약 46억 년 전에 원시 태양계 성운 안에서 태어났다고 설명한다. 또한 금성과 지구는 크기, 질량 그리고 태양과 떨어진 거리가 비슷해 똑같은 진화 과정을 밟았다고 말한다.
금성의 지름은 약 1만 2100km로서 크기가 지구와 거의 같아 지구와 쌍둥이로 취급되는 경우가 가끔 있다.
금성과 지구의 중력은 별 차이가 없다. 85kg의 지구인 몸무게가 금성에서는 77kg으로 중력은 거의 같다.
급파된 수색 특공대
1962년 8월 27일 미국 국적을 가진 금성 탐색선 마리너 2호가 지구의 쌍둥이 금성을 향해 출발함으로써 금성 탐사의 시대는 막이 올랐다.
마리너 2호에는 금성에서 방출된 마이크로파를 검출하고 분석해 그 결과를 지구로 송신할 수 있는 장치가 잔뜩 실려 있었다.
마리너 2호는 그 해 12월 14일 금성의 구름층 4만 5000km 상공을 통과하는 데 성공했다.
이때 금성은 극 또는 적도 할 것 없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지옥같이 뜨거운 곳이라는 것을 밝혀 냈다. 금성 지표면의 온도는 섭씨 470도를 기록했다. 이 온도는 납과 수은을 녹여 펄펄 끓게 할 수 있는 고온이다.
마리너 2호 이후 미국과 소련은 서로 뒤질세라 비싼 우주선들을 금성에 파견했다.
1978년 12월 4일을 전후로 미국의 파이어니어호와 비너스호가 금성에 도착해 금성 주위의 궤도 순찰에 들어갔다. 두 우주선은 금성의 극 위를 통과하는 데 성공했다.
소련의 우주선들은 직접 금성의 짙은 대기를 뚫고 들어가서 낙하산을 이용해 사뿐히 내리기도 했다.
그 이후 미국과 소련은 10대 이상의 우주선을 금성의 표면에 착륙시켜 1시간 이상씩 금성을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이 우주선들은 여러 가지 금성의 비밀들을 자세하게 폭로했다. 즉 금성 대기의 밀도와 주성분, 구름층의 두께와 성분 등을 정밀하게 파악했다.
금성에는 쉴 새 없이 황산 비가 내리고 있다. 그러나 그 황산 비는 금성의 지표면까지는 다다르지 않아 황산비 피해는 염려할 것 없다.
1990년 8월 마젤란호가 금성 탐험에 나섰다.
예산 삭감 때문에 마젤란 탐사기는 보이저, 갈릴레오, 바이킹 그리고 율리시즈호 등의 스페어 부품을 이용해 만들어야 했다.
마젤란호는 탐사를 시작할 당시 17시간 30분 동안이나 통신이 단절돼 관계자들을 당황하게 했다. 그러나 곧바로 정상 가동된 마젤란호에 탑재한 분해능 120m의 고성능 레이더로 화산 흔적, 분화구 등 다양한 지형을 비추며 큰 업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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